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설-- 우동 한그룻

안드로메다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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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매년 마지막 날 ‘해 넘기기 우동(소바)’을 먹는 풍습이 있다. 홋카이도(北海道)의 어느 우동 가게에 12월 31일 늦은 밤에 마지막 손님으로 어린 두 아들과 어머니가 들어와 미안해하며 150엔짜리 우동 1인분만 주문한다. 행색이 초라한 세모자에게 무뚝뚝한 주인은 주방에서 우동 반 덩어리를 더 넣어 1.5인분의 우동을 내온다. 주인의 서비스를 눈치 채지 못하고, 세모자는 푸짐한 1인분의 우동을 너무도 맛있게 나눠 먹는다. 150엔을 지불하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는 그들에게 주인 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한다.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다음 해도 가난한 세모자가 찾아와 미안해하며 우동 1인분을 주문한다. 그다음 해 마지막 날에는 주인 내외가 세모자를 기다린다. 그새 200엔으로 오른 우동 값을 메뉴판에는 150엔으로 고쳐 그들이 앉았던 테이블에 예약석 팻말을 올려놓았다. 10시 반이 되자 지난해보다 더 자란 아들들과 변함없이 낡은 코트를 입은 어머니가 웬일인지 우동 2인분을 시킨다. “우동 2인분!”이라고 맞받아친 주인은 주방에서 둥근 우동 세 덩이를 뜨거운 국물에 넣는다.

그리고 주인 내외는 무심한 척 세모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그날이 마침 죽은 아빠의 빚을 다 갚은 날이라고 하며, 막내아들이 작문으로 발표한 ‘우동 한 그릇’이란 글의 내용을 얘기한다. “우동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용기를 북돋아 주신 일. 그 목소리는 ‘지지 말고 살아라! 힘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그래서 어른이 되면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주인 내외는 계산대 깊숙이 몸을 웅크리고 한 장의 수건 끝을 서로 잡아당길 듯이 붙잡고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세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십 수 년의 세월이 흘러 두 청년을 데리고 들어선 노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 괜찮겠죠?” 두 청년은 타지로 가서 의사가 된 큰아들과 우동집 주인 대신 은행원이 되어 나타난 막내.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1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동생과 지금까지 인생 가운데에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포로의 우동집을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단편에 등장하는 세모자와 주인 내외의 따뜻한 마음은 삶이란 얼마나 연약하고 소중하며 또 예측 불가한 것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또 삶은 권리가 아니라 매일 주어진 의무이면서도 귀중한 선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출세를 하여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무인지경의 세상과 견주니 가슴이 후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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